- : 518 TranSlator◆KIN/wcd/ts (1484961E+6)2018-04-22(내일 월요일) 13:23:33 <8917429>#
횡단보도 신호등에 파란불이 켜지고 차들이 멈춰선다.
여기만 지나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약속장소가 있다고 했었지.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내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
오늘은 내 생애 첫 데이트 날이니까.
조금 더 걸어가니 그녀가 보였다.
"샤르!"
"「이름 없음」, 어서와―."
이 여자아이가 오늘 데이트를 할 상대. 샤를로트 뒤누아.
우리 반의 인기인이자, 나한테는 절벽 위의 꽃이었던 여자다.
# - : 544 TranSlator◆KIN/wcd/ts (1484961E+6)2018-04-22(내일 월요일) 16:53:59 <8920519>#
그런 그녀와 내가 사귀게 된 이유는…
"「이름 없음」, 왜 갑자기 멍때리고 있어?"
회상에 들어가려는 찰나에 샤르에게 제지당했다.
샤르를 눈앞에 두고 딴 생각이라니, 「이름 없음」 너 정말 많이도 컸구나.
아무것도 아니라며 샤르에게 말을 건네고 함께 길을 걷는다.
데이트는 이번이 처음이라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며 만반으로 준비해왔다.
이제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그러니까 처음으로 갈 장소는….
#
앵커. 샤르를 처음으로 데리고 갈 장소. - : 545 이름 없음 (1660784E+6)2018-04-22(내일 월요일) 16:55:05 <8920534>공원
- : 548 TranSlator◆KIN/wcd/ts (1484961E+6)2018-04-22(내일 월요일) 17:00:47 <8920613>#
처음은 가볍게 공원에 데려가자.
우리 마을 공원은 전대 시장이 예산을 많이 들여서 조성해서,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다.
특히 우리처럼 돈 없는 학생 커플이 가기엔 좋은 장소지.
공원에 도착했다.
"샤르, 저기 분수 옆 벤치에 좀 앉을까?"
"응. 그러자."
우리들은 벤치에 앉았다.
"「이름 없음」, 지금 와서 말하는 거지만 꽤 옷차림에 신경쓴 게 보이네. 교복 입은 거랑 분위기가 달라."
그건 샤르 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교복을 입은 모습도 사랑스러웠지만, 날 위해서 예쁜 옷을 입고 데이트하러 나오니 더 사랑스럽다.
"후후. 「이름 없음」이랑 이렇게 가까이에 앉으니까 기분 좋다. 「이름 없음」도 그렇지?"
샤르가 당연한 걸 묻는다. 나는 기분 좋은 걸 너머 천국 너머로 영혼이 금방이라도 승천할 기분이니까.
# - : 549 TranSlator◆KIN/wcd/ts (1484961E+6)2018-04-22(내일 월요일) 17:05:42 <8920705>#
"나 말이야."
"이렇게 남자랑 가까이에 앉아서 노닥거리는 건 처음이야. 후후. 「이름 없음」은 내 처음을 가져간 남자네."
샤르가 가볍게 몸을 나에게 기대어오며 그렇게 말했다.
처음을 가져간 남자. 그게 뭐라고 이렇게 두근거리는걸까. 샤르는 나를 심쿵사시킬 예정인가.
으으. 뭔가 심장이 심하게 두근두근거려서 버티기가 힘들다.
잠깐 이타아아아알.
"샤, 샤르 잠깐 음료수 사올게. 모, 목 마를테니까."
내가 생각해도 당황스런 어조가 강하게 드러난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걸 신경쓸 겨를도 없이 기대고 있는 샤르를 가볍게 밀어내고 서서 음료수를 사러 달려나갔다.
뭔가 뒤에서 즐거운 듯한 웃음소리가 들린 듯싶었다.
# - : 552 TranSlator◆KIN/wcd/ts (1484961E+6)2018-04-22(내일 월요일) 17:09:03 <8920767>#
"역시 음료수는 코카콜라야. 펩시콜라 따윈 이단!"
내가 사다준 코카콜라를 따서 한 모금 마신 그녀가 외친 한 마디는 뭔가 단호박이 들어있었다.
왜 그렇게 펩시콜라를 싫어하는거야.
나는 사실 펩시콜라를 좋아하지만, 그런 그녀의 취향을 알기에 나도 코카콜라를 마신다.
그나저나 꽤나 벤치에 오래 앉아있었지 않나.
슬슬 일어나서 다음 데이트 코스로 갈 준비를 하자.
어디보자. 그 다음 데이트 코스는…
#
앵커. 그 다음으로 갈 곳. - : 553 이름 없음 (1660784E+6)2018-04-22(내일 월요일) 17:09:25 <8920778>극장
- : 556 TranSlator◆KIN/wcd/ts (1484961E+6)2018-04-22(내일 월요일) 17:15:19 <8920866>#
후후. 샤르의 취향은 진즉에 다 간파하고 있다.
나의 귀는 교실 내에서 샤르가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를 전부 들어,
내 머리는 빅데이터로 그 데이터들을 종합하여 샤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지!
음. 뭔가 스토커 같다는 느낌이 들지만 이 정도는 여자친구가 있으면 누구나 하는 거겠지?
결론은, 샤르는 이번에 극장에서 하는 「(´・ω・)」라는 이름의 연극을 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극장에 가도록 하자.
"샤르, 이번에 나온 (´・ω・)라는 연극이 재미있다는데 보러 갈까? 마침 시간도 맞고."
내 제안을 들은 샤르의 반응은 극적이었다.
"어… 나 그거 진짜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잘 안 맞아서 못 보고 있었어."
눈이 빛나고 있다. 뭔가 좋은 걸 선물받은 우리집 고양이가 떠오른다.
샤르가 이미 그걸 보고 싶어했다는 걸 알고 있었단 사실은 밝히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우연이다. 나도 보고 싶어했는데, 그게 샤르가 보고 싶어하던 거 였다는 거다!
"헤헤헤… (´・ω・)다. (´・ω・)."
극장으로 이동하는 길에 샤르는 무척이나 들떠보였다.
샤르의 행복한 미소에 나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샤르는 귀엽다.
# - : 560 TranSlator◆KIN/wcd/ts (1484961E+6)2018-04-22(내일 월요일) 17:20:32 <8920958>#
… 모르겠어.
왜 이런 연극을 버젓이 극장에서 하고 있고,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혹시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연극들이 마이너한 연극이었던건가?
"정말 재미있었다. 「이름 없음」군도 그렇게 생각하지?"
빈말로라도 재미있었다고 말할 수 없다.
(´・ω・)가 (;´・ω・)해서 (;・∀・)한 내용이 뭐가 재미있다는 거야.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여자친구의 말을 잘 받아주는게 즐거운 데이트의 비결!
"으, 응. 참 개성 넘치는 연극이었네."
"그치그치. 다른 친구들은 그 맛을 잘 모른다니까. 나만 괴짜 취급하고. 부우. 역시 「이름 없음」은 나랑 취향이 잘 맞네."
… 괴짜 취급 당하고 있는건가. 샤르.
확실히 그 이상한 연극을 보며 연신 환호성을 열심히 지르는 샤르를 보면 그런 단어가 어울리긴 하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웠다.
# - : 562 TranSlator◆KIN/wcd/ts (1484961E+6)2018-04-22(내일 월요일) 17:27:40 <8921069>#
연극 자체로서는 쓴 돈이 아깝기 그지없지만,
샤르의 즐거운 모습은 화폐적 가치로는 측량할 수 없는 가치가 있으니 이득!
극장을 나온 우리는 천천히 길을 걸어나갔다.
시간도 꽤나 많이 지나서 다른 장소는 갈 시간이 안 되니, 집으로 향하는 길을 걸으며 우리는 같은 시간을 공유해나갔다.
주고가는 말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았다. 일상적인 대화였지만 몹시 행복했다.
학교에서 일어났던 일, 집에서 벌어진 사건, 옛날 추억들…
그러한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행복했다.
"여기서 헤어져야겠네. 아쉽다. 「이름 없음」, 다음 번에도 데이트 신청하면 받아줄래?"
"물론이지. 샤르가 하는 데이트 신청이라면 어떤 약속에도 우선이야! 하지만…"
호흡을 가다듬고,
"이번엔 내가 먼저 데이트 신청하고 싶어! 샤르야말로 내 데이트 신청을 받아줄래?"
살짝 부끄러운 말을 했다는 자각이 있어서 얼굴이 달아오른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샤르의 얼굴을 마주본다.
… 부끄러워하고 있는 샤르의 모습이 있었다.
"물론이야. 「이름 없음」. 언제라도 데이트 신청해줘. 나는 네 여자친구니까."
그렇게 말하곤 샤르는 후다닥 달려 저편으로 사라졌다.
뭔가 여유있는 분위기가 매력적인 샤르였지만, 부끄러워하는 샤르는 더더욱 사랑스러웠다.
뇌내에 보존해두도록 하자.
우리의 데이트는 끝났다.
하지만 앞으로도 수많은 데이트가 있을거고,
그 끝엔 아마도…
Fin. 어느 하루의 데이트.
#
2018년 4월 22일 일요일
텍스트+삽화 미연시3(샤를로트2)
1(카에데) 2(샤를로트)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당신의 소중한 댓글이 창작자들에게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