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56 과카몰리◆L0VYWu0tsY (8421159E+5)2018-05-06(내일 월요일) 01:00:30 <9147313>단편 : 총살
인류는 진보한다. 단, 인류의 기술만이 진보한다. 단, 무기의 기술만이 진보한다.
인류의 정신은 성장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인류는 총을 낳았다.
눈에 보이는 저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일념은, 인류의 손에 하나의 금속과 나무, 플라스틱의 덩어리를 쥐여주었다.
그것을, 사람들은 흔히 총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일이다."
무감각한 목소리가 내 고막에 닿는다. 긴장했던 반사적으로 나는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선다.
광원이 적은 복도를, 뚱보의 뒤를 따라서 걷는다.
내 손에 처음 총이 쥐여진 것은, 내가 아직 어렸던 때였다.
방아쇠를 당길 때, 손가락에 걸리는 것은 방아쇠의 압력 뿐이었던 어린 나에게, 총은 장난감에 불과했다.
걷는다. 복도의 한 구석에 머리가 뚫린 사체가 있다. 무시한다.
걷는다. 벽에서 피묻은 손이 튀어나와 나의 발목을 잡는다. 무시한다.
이 정도의 것으로 나는 미치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믿고있었다.
어쩌면, 믿고 싶은 것만을 믿고 있던 것인지 모른다, 나는. - : 765 과카몰리◆L0VYWu0tsY (8421159E+5)2018-05-06(내일 월요일) 01:11:45 <9147569>내가 당기는 방아쇠는, 딱 그 만큼의 압력만을 나의 손가락에 가했다.
...그 사건이 나의 뇌리에 없었던, 나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이지만.
그것은 환각이다. 너의 발을 멈추지 마. 아무도 너를 붙잡지 않아. 죽은 사람은 시체일 뿐이다.
...하지만, 그 시체는 누가 만든 것이지? 누가 사람을 죽게 만들었지?
질이 나쁜 말장난이군. 그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이교의 무리가 사람이 아니면 무엇이지?! 대답해!!!
어느 햇살이 밝던 날. 나는 어느 햇살이 밝던 날과 마찬가지로, 콜트사의 M1911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나의 아버지. 나의 스승은, 그날도 산책을 하고있었다. 그러던 중, 괴한이 든 칼에 겨누어졌다.
나는 아버지가 어린 내게 했던 말을, 그 때의 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아들아, 총은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단다."
...그것은, 절대 거짓말이 아니었다.
목 뒤에서 따끔한 느낌이 났다.
내 호흡이 다시 고르게 돌아왔다. 내 눈에는 컴컴한 복도만이 보였다.
"하지 못하겠다면, 너도 처분될 뿐이다."
나는 억지로 또 한 걸음을 떼었다. - : 773 과카몰리◆L0VYWu0tsY (8421159E+5)2018-05-06(내일 월요일) 01:19:39 <9147738>나는 그 끔찍한 광경을 잊지 못했다. 나의 스승이었던 아버지조차도, 나를 구원하진 못했다.
오히려, 아버지는 나를 괴물을 보는 눈으로 보았다. 그것은 다른 어느 사람과도 같은 눈이었다.
나의 손에는, 더 없이 익숙한 나의 M1911이 들어와있었다.
그리고, 저 너머에는 주머니를 뒤집어 쓴 채로 의자에 묶여있는 사람이 있었다.
언제나처럼? "언제나처럼."
...더없이 끔찍한 선언이, 다시 한 번 울렸다.
나는 구원을 바라게 되었다. 구원만을 바라게 되었다.
그리고 그 방식으로, 나는 방아쇠를 당기는 내 손가락에 걸리는 압력을 높여나갔다.
나의 M1911은, 모든 부품이 잘 기름칠 되어있었다.
그래서.
닥쳐.
그 잘나신 신이-
닥치라고.
-너를 구원할 수 있을까?
닥치라고 했지.
또 다시, 내 손가락에 걸리는 압력은 높아져만 간다. - : 779 과카몰리◆L0VYWu0tsY (8421159E+5)2018-05-06(내일 월요일) 01:27:16 <9147943>신이시여, 당신의 의심많고 죄많은 양이 감히 묻겠나이다.
정말로, 구원은 존재하는 것입니까?
"존재한다!"
나는 새된 목소리를 믿었다.
나는 말라간다. 나는 마모된다. 나는 부스러진다.
입으로 물도, 음식도 넣을 수 없다.
결국엔, 링겔을 달고다니게 되었다.
나는 믿고 싶은 것 만을 믿었다.
나는 스러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마지막에 구원받을 것이다.
...확실하다. 나는 눈을 돌리고 있었다.
나는, 단지 더 이상 죽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단지 사람을 죽이고도 쉽게 망가지지 않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 이제는 뚱보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내 귓가에 맴도는 저주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잠들지도 못한다.
나는 다시금 주사를 맞고, 컴컴한 복도를 걸어갈 뿐이다. - : 781 과카몰리◆L0VYWu0tsY (8421159E+5)2018-05-06(내일 월요일) 01:32:14 <9148086>뭐랄까, 결국에 나는-
몇 번째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이젠 제법 빠른 속도로 M1911을 쳐들어 저 너머의 사람을 향한다.
비명소리가 들렸다.
들렸다. 이 큰 저주의 소리를 뚫고.
확실했다. 나의 어머니였다.
-결국 망가지리란 사실에서, 눈을 돌리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의 입 안에는 이물감이 느껴졌다.
차갑고 딱딱하며 네모났다.
내 손은, 기도하듯 가지런히 내 입 앞에 모아져있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나는 이제야 엄숙히 선언한다-
어렸을 때와 같이, 손가락에는 방아쇠의 저항만이 느껴졌다.
-신은, 죽었다.
-Fin
2018년 5월 7일 월요일
단편:총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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