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6일 토요일

데이터. 추적자. 보안관. 그리고 스페셜리스트. 단편 2

  • 680 이름 없음 (6158012E+6)
    2018-06-16(파란날) 22:42:59 <10029867>
    섹터 H-20은 이미 섹터 V-1보다도 섹터의 이름보다는 그 별명이 더 유명한 도시였다.
    물의 도시. 하필이면 바다 근처에 자리잡은 이 항구도시에 굳이 이런 섹터 코드를 붙여준 관리직 양반들도 참 짗궃은 양반들이다. 하지만 이 구역의 바다만큼은....인정해줄만 하지.

    작은 부두에서 데이터 코인을 튕기며 바다를 보던 그녀의 이름은 제이나.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좋아하지.않았다. 물론 부모님은 사랑했지만. 이 이름 탓에 놀림받은 기억이 그녀에겐 수도 없이 많았기에. 물론. 그녀는 여러분이 아는 제이나보다는 신체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어서. 그런 녀석들을 흠씬 두들겨패주고는 했다. 그러면 열에 디섯은 깨진 증강 고글을 보며 울면서 도망치거나. 나머지 다섯은 성질을 못이기고 또 덤벼오다가 완전히 박살이 나곤 했다.

    주먹은 말보다 빠르다. 그녀가 부모님께 듣고 자랐고. 그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기도 했다. 증강 신체가 없어도 증강힌 놈들을 흠씬 두들겨패주는 재주가 있는 그녀는 이미 도시에서 깨나 유명한 여성이었다.
    그녀의 부모님은 뜨거운 가슴을 지닌 부부였다. 그래서 빛의 도시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만나자마자 서로 한눈에 반했고. 그리고...어...그날 밤 이후로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제이나를 임신하고는 순식간에 결혼식을 올렸다. 제이나는 그들의 불같이 뜨겁고 따듯한 성격을 좋아했다. 그녀 자신도 그런 성격의 소유자였기에.

    아참. 부부는 과학자였다. 그들은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서로 물의 도시에서 나고 자랐음에도 빛의 도시에 가기 전까지 서로를 만나지 못한 사이였는데. 분명 그들이 생각하기엔 너무 일찍 만났다간 사고를 쳤을 가능성이 컸기에 하늘이 조금 손을 쓴 것이라고 제이나에게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 다만 제이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그들 부부 사이에서 제이나밖에 자식이 없는것이 이상하다고 주변의 모두가 여길 정도였으니.
    심지어 옆집의 남자는 그들 부부가 이사온 이후로 매일 밤마다 보던 어떤 동영상까지 끊었을 정도라 하니. 여러분도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민망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어쨌든 그들은 과학자였는데...정말정말 우연히도. 서로 같은 꿈을 가지고 다른 분야를 연구하던 사이였단다. 아버지 쪽은 오염물질 정화. 어머니 쪽은 니노봇 기술 쪽이었는데...그들의 꿈은. 후대에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다를 보여주는 것. 당연히 만나자마자 그 작업에 착수한 그들은. 낮에도 밤에도 깨어있는 시간동안 그 이야기를 나누며 심지어 결혼 직후에 제이나를 낳기 직전까지도 그 일에 몰두할정도로 서로 심취해있었다.

    단지 그.일이 늦어진건. 제이나의 탓이리라. 제이나는 그 점에.대해 매우 김사하게 여기고 있었다. 제이나가 태어난 직후 부부는 일을 잠시 그만두고 3년간 제이나에게 집중했다. 제이나가 같은 유치원의 아이들에게 맞았던 날에는 부부가 직접 그 부모를 찾아가서 흠씬 두들겨주고 보석금을 내고 나온 전적도 있었다. 그날 이후로 제이나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심히 단련을 하는 몸이었다.
    어쨌든. 그런 뜨거운 부부의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나갔고. 부부는 몹시 초인적이게도 일을 재개하면서도 딸에게 관심을 잃지 않으려 무뎐히도 노력했다. 그 결과. 제이나가 7살이 되던 해. 부모님이 과로로 쓰러진 병상에서 제이나는 7살 생일선물로 말끔하게 정화작업이 진행중인 바다를 받았다.

    제이나는 바다가 좋았다. 그것은 그녀의 부모님이 만들어낸 역작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두분이 정정하지 않으신건 아니었지만. 제이나는 부모님을 사랑하는 만큼 바다 또한 열렬히 사랑했다. 그래서 그녀는 학교를 다녀오면 매일같이 바다에서 몸을 단련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예 표면상으로는 공공장소지만. 실은 그녀를 위해 지어진 헬스 센터까지 있었다. 그녀가 힘 깨나 쓰는 여성으로 이름이 알려진 것은 그 탓이었다. 그녀는 바다에서 단련을 하며 틈틈히 바다 곳곳에 설치해놓은 부표형 감시 장치를 재생하는 단말을 들여다보곤 했는데. 뭔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일이 생길 눈치라면 달려가 흠씬 두들겨 패주곤 했던 것이었다. 같은 방식으로 그녀는 총 8명의 무단 투기범을 붙잡...는 과정에서 얼굴을 묵사발로 만들었고. 덕분에 그녀는 유명해졌다.

    그렇게 오늘도 하루가 저물어가며. 바다를 석양으로 물들이는 모습을 보던 제이나는 감시 장치의 이상을 감지하고 서둘러 그곳으로 달려나갔다. 감히 겁도 없이. 이곳은 그녀의 구역이었다. 물의 도시의 바다는. 그녀가 수호하는 장소이자 안식처였다. 그녀는 입고 있던 점퍼도 벗어던지고. 코인도 내다버린 채 팔에 증강 글러브를 장착하곤 한참을 내달렸다.

    ...무언가 이상한 것을 눈치챘어야 했다. 그녀가 바다에 자리잡은 창고 내부로 진입했을때. 느닷없이 불이 켜지며 플라즈마 권총을 든 증강 신체의 떡대 몇이 그녀를 둘러쌌다. 문득 창고 내부에서 울려퍼지는 박수소리에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씩 웃는 얼굴로 기분나쁘게 제이나를 내려다보는 남자가 있었다...남자는 제이나를 알고있는 투로. 반갑다고 인사를 건넸다.

    누구냐 넌. 이라고 묻고싶은 것을 꾹 참았다. 눈을 감으면 집중이 잘 되어서 좋았다. 이 창고 안에 있는 적들을 머릿속으로 그리니 뛰느라 쿵쾅대던 가슴이 다시금 펄떡펄떡 뛰기 시작했다.
    전뇌화 시술이나 증강같은건 하나도 받은 적이 없고. 받을 생각도 없었다. 부모님이 주신 소중한 몸에 해코지를 하고싶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의 힘으로 강해지는 것을 택했다. 설령 그것이 훨씬 고통스러울지라도.
    방금 전까지 뛰느라 팽창된 다리근육의 느낌이 나를 맞이했다. 이미 귀는 들리지 않는 채다. 눈은 감은지 오래다. 나는 내 신체가 보내는 신호에 집중했다. 민소매로 드러난 팔과 반바지 밑의 털이 곤두서고. 근육이 긴장되며 팽창된다. 신경은 날카로워지고. 호흡은 반대로 차분히 가라앉힌다. 심장은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에 취해 미친듯이 쿵쾅대고 있었지만. 반대로 피가 빨리 돌아 머리가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대략적인 루트를 그린 그녀는 다시금 눈을 떴다. 이제보니. 자기 눈앞에 서있는 남자가 기억나 피식 웃었다. 어렸을적에 자신을 때렸던. 나중에는 현행 투기범으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3번째로 그녀에게 얼굴이 묵사발이 난 남자였다. 아무래도 얼굴 잔체를 증강 신체로 교체한듯. 우스꽝스러운 안면의 형태가 심히 보기에 웃겼다. 그녀가 피식 웃음을 터트리자. 놈은 심히 불만인 듯 인공 안구 사이의 인공 근육을 수축시키며 화를 내다가. 치우라는 듯 손짓을 하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귀찮아서 묘사 생략)

    경찰들이 총기를 겨누고 있자. 창고의 문이 스르륵 열렸다. 철컥 소리와 함께 차 뒷편에서 모두가 긴장한 얼굴로 총을 문에 겨누는 순간 나온것은....
    얼굴이 여기저기 붓고, 멍이 들었으며. 옆구리는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고. 팔 한쪽은 부러진듯 덜렁거리는 와중에 증강 글러브는 너덜하게 망가졌지만 그럼에도 멋쩍게 웃으며 경찰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제이나였다. 경찰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아마도 묵사발이 나있을 창고 안의 놈들을 체포하러 반을. 그리고 제이나를 부축하려 반이 팀이 되어 신속히 움직였다. 도중에 제이나가 무어라고 하는것을 누군가 듣고 말해주었다.

    이걸로 9번째.

    - 데이터. 추적자. 보안관. 그리고 스페셜리스트.

    + 단편: 수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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