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2 이름 없음 (7485409E+6)2018-06-16(파란날) 16:15:28 <10020802>어째서 이렇게 몰리고 있는걸까?
전자마약을 파는게 주 수입원이라서?
전자화폐를 조금씩 빼돌리는 일을 해서?
몰래 신원정보를 갖다파는 일을 해서?
하이에나들에게 돈을 갖다바쳐서?
헌터 몇몇의 정보를 갖다팔아 그들이 죽게 만들어서?
남자는 도대체 그가 현상범이 되어 쫓기는 원인이 무엇인지 또 생각을 하다가. 그가 숨어있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폭발음에 새된 비명소리를 내지르다가 입을 틀어막고는 노트북을 꺼내어 마구 두들겼다.
그의 손에서 머리까지 타고 올라가는 연보라색 회로가 터질듯 발광하며. 최대 속도로 데이터 연결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남자는 이내 자신을 쫓는 존재가 이 건물의 2층을 뚫고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아내곤. 노트북의 자판을 미친듯이 두들겨 건물의 모든 시스템을 마구잡이로 작동시켰다. 바깥에서 방벽이 닫혔다 열렸다. 소화 시스템이 작동했다 말았다 하는 소리에 약간의 안도를 느낀 남자는 한숨을 푹 쉬다가. 문득 자신의 옆에 떨어져있는 녹색 파편을 발견했다.
이 건물에 녹색인 부분이 있었던가. 남자는 잠시 멍청한 생각을 했다. 곧 화들짝 놀라 파편을 던져버리자. 파편-처럼 의태했던 카메라 드론의 모습이 드러나며 박살났다.
남자는 파편의 정체를 확인하자마자. 바로 무릎을 끓은 채 머리를 쥐어뜯으며 눈물을 흘리고. 벌어진 입의 못생긴 치아들을 드러내며 제발 살려달라고 허공을 향해 손을 모으며 울부짖다가 이대로 죽기는 싫다는 생각이라도 든 모양인지 돌연 문을 노려보며 마구 자판을 두들겨 문을 닫고. 차단벽을 올리고. 격벽으로 막아버린 뒤 무언가에 홀린듯 마구 건물 안의 카메라를 돌리며 그를 쫓던 무언가를 찾기 위해 호들갑을 떨었다.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느낀 순간은 이미 모든게 잘못되어있는 순간인 법이다. 그가 모든 장치의 활성화를 다시 확인하고 조금은 안전해졌다는 착각에 빠져 깊은 숨을 내쉬던 순간 건물 전체로 커다란 충격파가 터져나오자 건물의 모든 전자기기들이 하나 둘씩 꺼져. 마침내 전등마저 꺼져버렸다.
아뿔사.
남자는 겁에 질린 눈으로 암흑 속에 갇힌 채, 붙어있던 벽에서 튕겨져나가듯 떨어지고는 방 한가운데서 벌벌 떨다가. 작은 불꽃이 벽에 네모난 틀을 짠 뒤 벽 자체를 터트려 날려버리는 것을 멀뚱하게 지켜보다가. 결국 그녀가 온다는 것을 깨닫고는 헛웃음을 지었다.
...뚫린 벽 사이로. 조금씩 인위적인 녹색 전조등 빛이 새어들어오는 양이 많아진다...
한번 본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다고 전해지는 사냥꾼. 사냥당한 수배자들의 공통적인 발언. 공포. 악몽. 사냥당한다는 압박감과 그 말 못할 두려움. 그것이 집대성된 것 마냥. 사냥 그 자체를 즐긴다고 하는 한 여성 현상금 사냥꾼을. 남자와 같은 부류의 이들은 경외심과 두려움을 담아 스페셜리스트라고 불렀다.
그리고. 남자는 영광스럽게도 그 스페셜리스트를 직접 마주하는 순간을 누리게 되었다. 남자는 헛웃음인지 진짜인지 모를 함박웃음을 띄며. 얌전히 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양 팔을 내밀었다. 진즉에 눈치챘어야 했다. 조용히 해킹해서 문이 뚫린것이 아니라. 위층을 통째로 폭발물로 날려버리고 들어오는 방식에서부터.
...설령 눈치챘다 해도. 이 결말이 달라지지는 않았으리라. 남자는 자신의 눈 앞에 서있는. 날렵한 인상을 품은 채 녹색 LED로 그를 비추는 군용 슈트와. 그 헬멧의.앞면에 장착된 검은색 선팅 유리로 되어있는 바이저의 시선을 받으며. 속으로 차가운 여성의 얼굴을 상상했다.
헬멧이 마치 영문을 모르겠다는듯 살짝 오른쪽으로 기울어졌다가 다시 균형을 되찾았다. 곧 바이저의 전면에 웃는 표정의 LED를 띄우곤 남자에게 다가갔다. 남자는 눈을 감고 체포당할 것을 예상한 채 침을 꼴깍 삼켰다.
남자의 예상이 틀렸다. 남자는 배에 방금 둔탁하고 날 선 고통과 함께 생겨난 구멍이 타는듯한 감각에 고꾸라져 몸부림을 치다가. 쥐어짜내듯 입을 벌려 나오지 않는 말을 말하려 애쓰다 결국 숨과 함께 토해내는 것을 택했다. 어째서. 항복했는데.
바이저가 올라가며. 차가운 미소를 머금은 노년의 여성이 얼굴을 드러냈다. 그녀는 싱긋 웃고는. 마지막까지 저항하는 자야말로 사냥꾼에게 마지막 자비를 구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괴로운듯 신음과 거친 숨. 아까 먹었던 것들을 토해내며 자신의 슈트에 비참한 몰골로 매달려 자신도 저항한다는 것 마냥 하나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 주먹으로 툭 툭 치는 불쌍한 남자를 싸늘한 시선으로 내려다본 뒤. 그의 머리를 힘주어 짓밟아 박살내버렸다. 그녀는 잠시 슈트의 발 부위에 묻은 진득한 붉은색 액체와 토사물을 바라보다 남자였던 것의 옷을 찢어 대강 닦아내곤. 그녀 나름의 장례를 위해 작은 선물을 남겨두고 바이저를 다시 올렸다.
건물을 나서는 그녀의 뒤로 커다란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단지 그녀는 그것을 쳐다보지 않고. 실망섞인 한숨을 푹 내쉰 뒤 제 갈길을 가버렸다.
- 데이터. 추적자. 보안관. 그리고 스페셜리스트.
+ 단편: 가치없는 사냥감 - : 105 트라젠타듀오◆FSWdtqiDyA (9348946E+6)2018-06-16(파란날) 16:18:35 <10020856>항복한다=죽인다
저항한다=살려줄 가망은 있다
비슷한 실력=살려줄 여유가 없으니 죽인다...아니, 할머니 정도라면 비슷한 실력이 거의 없으려나. - : 106 이름 없음 (5196732E+6)2018-06-16(파란날) 16:18:56 <10020862>사이버펑크 단편이다! 역시 사펑참치 쩔어!
- : 107 이름 없음 (3209052E+6)2018-06-16(파란날) 16:19:07 <10020868>할머니는 언제봐도 매력적이시네요.
- : 108 이름 없음 (5196732E+6)2018-06-16(파란날) 16:19:59 <10020882>스페셜리스트는 멋있어.
2018년 6월 16일 토요일
데이터. 추적자. 보안관. 그리고 스페셜리스트. 단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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